과잉공감 우울증(조선일보 2018.7.24.)
  연구소
  2019-02-22 오후 5:15:23



무척 예민한 사람 이르는 'HSP'… 타인 감정 깊이 느껴 불안·공포

oo(40)씨는 최근 네 살 어린이가 통학차량에 7시간가량 방치돼 목숨을 잃은 사건을 뉴스에서 접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oo씨는 '부모라면 얼마나 참담할까' '아이가 차 속에서 얼마나 뜨거웠을까'라고 생각하다 자신이 통학차량 속 아이라고 상상해봤다. 숨이 막히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oo씨는 그날부터 식사를 걸렀다.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보다 못한 남편이 oo씨를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과잉공감으로 생긴 우울증으로 보인다"며 "평소에도 무척 예민하고 타인에게 지나치게 공감했을 텐데,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사람을 'HSP'란 용어로 분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A교수는 "타인의 생각·기분을 잘 파악하고, 감정이입이나 공감을 깊이 하는 예민한 사람이 있다"며 "그런데 이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건강에 취약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극에 예민… 타인에 과잉 공감·거절 잘 못해

HSP는 'Highly Sensitive Person'의 약자다.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이 처음 이야기한 개념으로, '무척 예민한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성향을 가진다. 타인의 생각이나 기분을 잘 파악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에 지나치게 공감한다. 또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함 ▲상상력이 풍부하고 공상에 잘 빠짐 ▲폭력적인 영화를 싫어함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동을 잘 받음 같은 특징이 있다. 일레인 아론 박사는 사람 중 약 20%가 HSP로 타고난다고 주장한다. 키나 눈동자 색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외부 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한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HSP는 병이 아니지만, 타인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이나 사고에 과도하게 공감해 불안·우울·불면증 위험이 높다. B원장은 "일반적으로 감정은 전염되는데, HSP인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더 깊이 느낀다"며 "이들은 테러·사고 소식이나 영상을 접한 뒤 불안·공포·불면을 곧잘 호소하고, 이것이 발전해 우울증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커피 멀리하고 반대 성향 사람과 친해져야

자신이 평소 예민하고, 타인의 사고·부정적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면 커피·홍차는 멀리하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A교수는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온갖 곳에 신경을 쓰다 보니 뇌가 과도한 각성상태인 경우가 많다"며 "카페인이 많은 음료를 즐겨 섭취하면 각성 상태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HSP면 예민해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이때는 일찍 일어나는 게 도움된다. A교수는 "잠이 안 오는데 자려고 노력하면 더 스트레스"라며 "대신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면 밤에는 그만큼 지쳐서 빨리 자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뇌과학자이자 의사인 다카다 아키카즈는 저서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겁니다'에서 HSP인 사람은 반대 성향의 사람과 친해지는 게 도움된다고 말한다. 반대 성향의 긍정적인 감정, 느긋한 성격을 공감해 자신의 예민함이 상쇄된다.

과잉공감이나 예민함 등으로 사회·가정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세상은 다 부정적이다, 죽고 싶다' 같은 생각이 든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미 우울증·전반성불안장애(병적으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질환)로 진행됐을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인지행동요법, 약물치료 등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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